[서울경제](6) 하지불안증후군
사람은 누구나 먹고, 자고, 배설해야 한다.
물론 입으로 먹지 않거나 항문으로 배설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이 세 가지는 충족돼야한다.
만약 어떤 이유로 세 가지 중 한 가지가 원활하지 않다면 삶은 굉장히 괴로워진다.
잠도 마찬가지다.
현대인들은 걱정과 스트레스, 과로로 불면증에 시달린다. 코골이 때문에 잠을 자도 숙면을 못 취하는 경우도 많다. 더 큰 괴로움은 잠은 오는데 누워 있는게 불편하고 아파서 잠을 못자는 경우다. 일종의 ‘잠 고문’인 셈이다. 실제로 고문을 당했던 사람들이 가장 참기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것으로 ‘잠을 못 자게 하는것’을 꼽을 만큼 괴롭다.
주위에서 보면 “자려고 누웠는 데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거나 “찌릿찌릿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 옥죄거나 잡아당기는 느낌이 있어 다리를 안절부절 못 하고 잠을 못 이룬다”며 어떤 병원을 가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잠을 자는 데 한참이 걸리고 다리를 움직이면 좀 나아지는 듯 싶어 옆 사람 몸에 다리도 걸쳐도 보았다가 다리 사이에 쿠션을 끼워 보기도 하는 등 안절부절 못 하면서 혼자 잠 고문에 시달린다. 잘못하면 같이 자는 가족에게 구박까지 당한다.
이처럼 앉아 있거나 누우면 다리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상태를 ‘하지불안증후군’이라고 한다.
지난 1945년 외국의 한 학술지에 ‘휴식 중에 감각증상과 사지의 불안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을 하지불안’이라고 처음으로 기술됐다. 하지불안은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비행기, 극장, 자동차 안에서도 힘들어진다.
다리가 저리고 옥죄는불편함 때문에 다리를 움직이고 싶어지고, 실제로 움직이면 증상이 완화된다. 또 오후나 밤, 수면 중에 더 악화돼 잠을 못 자게 하는 수면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 아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체 인구의 7~10%가 잠잘 때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에 대한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 뇌의 화학물질인 도파민 부족으로 생길 수도 있고, 도파민을 만드는 데필요한 철분이 결핍돼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도파민 제제약물이나 철분제를 먹으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제대로 진단을 못 받는 경우 단순 불면증이나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손발저림증,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등으로 오인돼 치료효과를 못 보기도 한다. 가족력과 유전 소인이 있고 임신, 호르몬 변화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일부 환자는 다른 질환을 동반할 수도 있는 만큼 방치하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검사를 통해 약물복용, 다리근육 치료나 잠들기 전에 스트레칭, 온욕, 핫팩, 허벅지 마사지 등을 하면 고통이 사라진다.
오랜 기간 잠을 편하게 못 자면 예민한 성격과 우울증, 만성피로에 시달릴 수 있는 만큼 치료에 대한 믿음을 갖고 전문의를 찾아가 하루 빨리 불면의 밤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나효진 재활의학과 전문의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11&aid=0002223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