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5) 족저근막염, 지간신경종
발은 매일 힘든 노동을 한다. 1㎞를 걸을 때 약 16톤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고 매일 몸무게의 120%를 견뎌내야 한다. 그러나 발은 이상이 생겨도 밖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발의 구조는 억세지 않다. 26개의 뼈와 많은 관절, 인대가 복잡하게 얽혀 조화를 이룬 섬세한 기관이다. 이중 한 부분만 고장이 나도 걷기가 불편해진다.
병원에 오는 환자들 가운데는 발뿐 아니라 이미 발목이나 무릎, 골반까지 아파서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발이 아프다는 걸 말하지 않으면, 의사들도 통증의 원인이 발이라는 것을 알기 힘들다.
병원에서 마저 발의 고통이 무시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발 질환으로는 ‘족저근막염’과 ‘지간신경종’이 꼽힌다.
우선 발을 내디딜때 뒤꿈치 부위가 찢어질 듯 아프거나 발뒤꿈치 바닥에서 아치를 따라 통증이 느껴진다면 '족저근막염'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첫 걸음을 내디딜 때 통증이 심하거나, 앉았다 다시 걸으려 할 때 통증이 심하다면 확률은 더 높아진다. 심하면 뒤꿈치로 체중을 실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간다.
이에 반해 발바닥 앞부분이 돌멩이나 동전이 붙어 있는 것처럼 먹먹하고, 걸을때 찌릿찌릿한 느낌이 든다면 '지간신경종'을 의심할 수 있다. 이 질환은 발 앞부분, 발가락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 주변에 있는조직이 뭉쳐 아픈 것이다.
족저근막염과 지간신경종은 비교적 흔한 질병으로 조기에 치료하면 큰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만성이 되면 속을 썩이게 된다. 발바닥 통증으로 걸음걸이가 부자연 스러워지면서 발목, 무릎, 허리 등으로 통증이 퍼지기 때문이다.
족저근막염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선 아킬레스 건과 발바닥 근막을 늘려줘야 한다.
아킬레스 건을 늘려주는 스트레칭은 벽을 이용하면 좋다. 먼저 벽에서 30㎝가량 떨어져 벽을 보고 선다. 아픈 다리를 최대한 뒤쪽으로 뺀다. 발바닥 전체를 바닥에 딱 붙인 상태에서 팔을 뻗어 벽에 대고 몸을 벽쪽으로 붙이면서 아픈 다리의 종아리와 아킬레스 건을 늘려준다.
또 다른 방법은 계단에 발 앞 부분을 걸치고 뒤꿈치를 내리는 것으로 효과가 좋다.
근막은 골프공을 바닥에 놓고 발로 누르고 돌려가면서 마사지를 하면 늘어난다. 스트레칭은 틈나는 대로해줘야 효과가 오래 간다. 특히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나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걷기 시작할 때 스트레칭부터 하면 좋다. 발뒤꿈치 패드나 쿠션, 깔창 등도 도움이 된다.
통증은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며 수개월간 지속될 수도있는 만큼 느긋한 마음으로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야 좋아진다.
한편 지간신경종의 기본적인 치료는 볼이 좁은 신발을 신지 않는 것이다. 앞 볼이 넉넉하고 굽이 낮은 신발이 좋다. 아픈 부위에 충격을 덜 수 있는 패드가 부착된 맞춤형 깔창도 효과적이다.
통증이 아주 심하다면 주사 치료나 수술도 가능하다.
발은 소중하다. 무릎이나 허리로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발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놓치지 말자.
/나효진 재활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