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11) 흉곽출구 증후군
암은 생명을 위협하지만 디스크는 생활을 위협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팔·허리가 아프면 디스크, 디스크하면 수술’을 연상하고 두려워한다. 특히 어깨가 자주 뻐근하게 뭉치다가 팔까지 저리면 영락없이 목 디스크부터 떠올린다.
저림 증상이 심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는데 “디스크는 심하지 않다”는 말을 들으면 안심이 된다. 그러나 계속 저리면 답답해진다. “물리치료와 스트레칭, 적당한 강화운동으로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듣지만 뾰족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통증의 원인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저린 통증은 신경이 눌려 발생할 수 있다. 신경은 전기가 흐르는 전선과 비슷하다. 어디든 눌리면 흐름이 방해된다. 팔로 가는 신경은 목에서 나와 쇄골과 근육들 사이를 지나면서 팔의 운동과 감각을 담당한다. 만약 신경이 목 부분이든, 쇄골 밑 부분이든 눌리면 팔이 저리다.
목 디스크가 아니어도 팔과 손이 저릴 수 있는 이유다. 이런 경우 '흉곽출구 증후군' 일 수 있다. 흉곽출구는 쇄골 안쪽에 있는 쑥 들어간 공간을 말하는데, 눌리면 여러 증상이 생긴다. 팔에 피가 안 통하는 것처럼 저리고 쑤셔 주무르게 되고, 누우면 팔저림이 심해져 저절로 ‘만세’를 부르면서 자게 된다. 유방암을 의심할 정도로 가슴통증이 생기거나 협심증이라고 할 만큼 가슴이 뻐근하고 결릴 수 있다. 드물게는 혈관까지 눌려 손과 팔이 차고 약해지기도 한다.
갈비뼈의 기형이 원인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쇄골 뒤쪽에 있는사각근이라는 근육이 뭉쳐 신경이 지나는 통로를 좁게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다. PC·스마트폰을 쓰면서 구부정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다 보면 목 앞쪽 근육이 뭉치고 어깨근육이 약해져 이런 증상이 잦아진다. 과도한 근육 운동으로 목과 가슴 근육이 발달해도 흉곽출구가 좁아질 수 있다. 비스듬하게 눕거나 한쪽 어깨로 전화를 받는 습관도 안 좋다.
목과 어깨가 연결된 부근을 지압한 뒤 저림 증상이 줄면 ‘흉곽출구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저린 쪽으로 머리를 돌린 후 턱을 쇄골쪽으로 끌어 당겨 저린 증상이 심해지면 이 질병일 가능성이 높다. 디스크와 다른 점은 목 통증은 심하지 않은 반면 팔 저림과 가슴부위, 그리고 날개뼈 주위 통증이 심하다는 것이다.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평소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스트레칭과 운동을 하는 것이다. 손을 위로 올리는 운동이나 잠잘 때 만세를 부르는 것은 피하고 무거운 가방을 매는 것도 좋지 않다.
스트레칭은 통증이 있는 반대편으로 머리를 기울고 머리를 조금씩 회전시키면서 목의 앞쪽과 옆쪽 근육이 늘어나게 하면 된다. 무리하지 말고 통증이 심해지면 바로 중지한다. 손가락으로 목 옆쪽 근육 가운데 통증이 심한 곳을 가볍게 마사지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팔이 저리다고 막연히 목디스크를 걱정하기보다는 정확한 진단 후 꾸준히 운동하기를 권한다.
/나효진 재활의학과 전문의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11&aid=0002239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