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서울경제](12) 팔자걸음


아무리 예쁜 아가씨라도 하이힐을 신고 팔자로 걸으면 매력이 뚝 떨어진다. 중년의 신사도 팔자걸음을 걸으면 멋져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외관상의 이유만으로 걸음걸이를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몸이 아프면 이상하게 걸을 수 있지만 이상하게 걸으면 병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팔자걸음은 '통증을 부르는 잘못된 걸음걸이' 중 하나다. 걸을 때 발의 각도가 7∼15도 벌어지는 것은 정상이지만 15도를 벗어나면 팔자걸음으로 분류된다. 만약 신발 뒷굽의 바깥쪽이 심하게 닳는다면 팔자걸음일 가능성이 높다.
 

팔자걸음은 선천적 원인도 있다. 고관절(엉덩이 관절)이 바깥쪽으로 돌아가 있거나 골반 뼈에 허벅지뼈 가 끼어 있는 각도가 크면 다리를 벌리고 팔자로 걷게 된다.

 

그러나 후천적 원인이 더 많다. 평소 양반다리를 하고 앉으면 허벅지 안쪽 근육은 늘어나며 바깥쪽 근육은 뭉치고 긴장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서 있거나 걸을 때 다리가 벌어지는 ‘O’자가 되면서 팔자걸음이된다. 이런 경우는 남성에게 흔하다. 

 

골반근육이 약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여성에게 흔하다. 고관절을 움직이는 근육 또는 골반을 받치는 근육이 약하면 고관절을 움직일 때 힘이 부족해 팔자로 걷게 된다. 그러면 배를 앞으로 내밀고 엉덩이를 쭉 뺀 자세로 서 있거나 걷게 되면서 허리디스크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평발도 걸을 때 발아치가 무너지면서 발가락 끝이 바깥쪽을 향하게 되고 고관절에 부담이 가해지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팔자로 걷게 된다.
 

팔자걸음은 허리통증으로 이어진다. 엉덩이 관절이 굳어져 골반이 아래로 당겨지면서 허리뼈를 C자가 아닌 일자로 만든다. 일자허리는 허리주변 근육의 긴장도를 높이고 과도한 하중을 허리디스크로 전달한다. 지속되면 허리디스크 탈출증과 척추관 협착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팔자걸음을 피하기 위해서는 고관절의 긴장을 풀고 발목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허벅지 바깥쪽 근육 가운데 눌러서 아픈 부위를 폼 롤러라고 하는 기구나 수건으로 두른 동그란 나무 등을 이용해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해주면 고관절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
 

발목은 다리를 편 뒤 발가락 끝으로 원을 그리는 듯 관절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또 약화된 골반근육은 엉덩이를 조이는 운동과 엉덩이와 복부에 긴장감을 주면서 걷는 연습으로 강화할 수 있다.
 

스트레칭과 강화운동 후에는 올바로 걸어보자. 무릎이 닿을 듯 말 듯11자를 유지하되 평소보다 발을 모은다는 느낌으로 편하게 걷는다. 보폭은 보통 보폭보다 조금만 크게 하고 체중은 뒤꿈치에서 발바닥, 발가락으로 전달되는 것을 느끼면서 걸어보자.

 

무릎은 완전히 펴준 다음에 다음 발을 내디뎌야 한다. 만약 평발 또는 골반 부위에 통증이 있다면 진료 후걸음걸이를 교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리통증의 원인이 걸음걸이일 수 있다. 바른 자세만큼 걸음걸이가 중요하다. 팔자걸음으로 허리디스크와 퇴행성 관절염의 먹잇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기 좋은 걸음걸이가 건강에도 좋다는 점을 명심하자.

/나효진 재활의학과 전문의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11&aid=0002242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