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13) 만성피로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도 일할 체력만 있다면 앞날을 기약할 수 있다. 하지만 몸이 피곤해 일이나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면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최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심한 피로감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새 만성피로 공화국이 된 듯하다.
만성피로는 몸을 나른하게 하고 의욕을 떨어뜨린다. 머리도 늘 띵하고 두통을 달고 살면서 깊은 잠도 못 잔다. 눈은 쉽게 충혈되고 침침해지면서 몸살이 난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 이런 증상은 과로했을 때도 나타나지만 몸에 쌓인 노폐물이 적절하게 배출되지 못했거나 혈액과 신경순환이 원활하지 못해도 발생한다. 또 근육의 과도한 경직으로 피로 물질이 쌓이면 근육통이 올 뿐만 아니라 쉽게 피곤해진다.
사람들은 피곤하면 지치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 때문에 내과를 찾는다. 진단 결과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간 또는 신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뚜렷한 이유를 못 찾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목이 원인인 경우가 있다.
최근 병원을 찾아와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쉬어도 피곤하다”고 말하는 환자가 늘었다. 정상적인 C자 형태의 경추(목)는 줄고 일자목이나 오히려 뒤집힌 역C자 형태로 변형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목 때문에 생기는 만성 피로감은 다음과 같은 증상으로 이어진다. ▦온몸이 누구에게 맞은 것처럼 근육이 뻐근하고 무겁다 ▦몸에 힘이 빠지고 기운이 없다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 ▦턱관절 주위가 아프다 ▦뒷목이 뻣뻣하고 근육이 뭉쳐 있다 ▦어깨가 뻐근하고 잘 결린다 ▦편두통이 자주 나타난다.
만약 이런 증상이 있으면 본인의 자세를살펴보자. 대게는 머리를 앞으로 쭉 빼고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를 하고 있을 것이다. 머리를 앞으로 내밀수록 목뼈에 가해지는 무게가 올라가면서 머리가 앞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목과 어깨 근육이 잔뜩 긴장한다.
이런 긴장감은 경추를 틀어지게 하고 경추 사이를 지나는 혈관을 좁게 만들어 동맥경화가 아닌데도 뇌에 충분한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게 방해한다. 또 무거운 머리무게를 목이 적절히 분산하지 못하고 척추로 그대로 전달하면 전신이 피곤해진다. 눈으로 가는 혈액도 적어져 시력도 급격히 저하된다.
일자목은 자주 목 디스크로 넘어간다. 이를 예방하려면 스마트폰은 30㎝ 이상 거리를 두고 눈높이로 들고 보고 장시간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통해 목과 어깨를 풀어주고 컴퓨터 앞에 앉을 때는 누군가 정수리 부위에서 머리를 천장 쪽으로 잡아 당기고 있다는 느낌으로 턱을 당기고 등허리를 쭉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눈이 나빠진다”며 멀리에서 TV를 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피로감을 덜 느끼고 눈도 보호하려면 “머리를 앞으로 숙이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나효진 재활의학과 전문의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11&aid=0002244445